연결결산을 6영업일 안에 끝내는 회사는 절반뿐입니다. 분기 연결은 열에 넷입니다. 둘 다 Ventana Research가 정리한 숫자입니다.
법인이 하나 늘 때마다 마감은 배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회사들은 이걸 '나중에 더 크면' 살 소프트웨어 문제로 미룹니다. 저는 순서가 반대라고 봅니다. multi-entity의 벽은 스무 번째 법인이 아니라 두 번째 법인 — 첫 해외법인에서 옵니다. 그리고 가장 작은 팀을 가장 먼저 칩니다.
성장기업이 multi-entity에서 벽에 부딪히는 지점 — 2026 연결재무제표·연결결산 현황
▍벽은 두 번째 법인에서 옵니다
법인이 하나일 때는 단일 회계 프로그램으로 버팁니다. 두 번째 법인이 생기는 순간 — 대개 미국이나 싱가포르에 첫 자회사를 세울 때 — 그림이 바뀝니다. 세 명짜리 재무팀이 갑자기 연결결산, 내부거래 제거, 외화환산을 떠안습니다. 도구는 그대로인데 일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숫자가 이걸 보여줍니다. Ventana Research(ISG) 집계로 월 결산을 6영업일 안에 끝내는 곳은 53%, 분기는 40%에 그칩니다. 재무 소프트웨어 업체 LiveFlow가 2026년 정리한 바로는, 법인이 여럿이면 연결이 단일법인 대비 마감 시간을 두세 배로 늘리고, 팀들의 78%가 여전히 스프레드시트로 시스템 사이 데이터를 옮깁니다. 성장기업일수록 이 스프레드시트 연결이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새 법인에 감사와 세무가 붙는 순간, 엑셀로 이어붙인 연결은 정합성을 잃습니다.
진짜 어려움은 법인 수가 아니라 경계다 — 연결재무제표 4대 조정
▍이음매에서 일이 터집니다
저는 KPMG와 세종에서 11개국 통상 실무를 거쳤습니다. 그때 배운 건 11개 나라의 장부가 아니라 그 사이의 이음매였습니다. 어느 시점 환율로 바꾸느냐, 이 거래가 내부거래냐, 저쪽 기준으로 맞는 게 우리 기준으론 틀리느냐. 어려움은 언제나 법인 안이 아니라 법인과 법인 사이에 있었습니다.
연결결산의 난도가 정확히 여기 있습니다. 네 개의 경계가 매달 열립니다.
① 내부거래 제거. 연결실체 안의 거래·잔액·미실현손익은 전액 제거해야 합니다(K-IFRS 제1110호). 재고나 유형자산에 남은 미실현이익까지요. 실제로 2025년, 내부거래 미실현손익 제거를 누락해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한 감리 사례가 나왔습니다. 흔한 실수이고, 법인이 늘수록 제거할 거래도 늘어납니다.
② 외화환산. 화폐성 항목은 마감환율, 역사적원가 비화폐성은 거래일 환율로 바꿉니다(K-IFRS 제1021호). 법인마다 기능통화가 다르면 환산 차이가 매 보고기간 쌓입니다.
③ 다른 GAAP. 해외 종속기업은 현지 기준으로 장부를 씁니다. 연결은 그룹 IFRS로 다시 맞춰야 하고, 현지 세무용 로컬 장부도 따로 유지해야 합니다. 한 거래가 세 벌의 장부에서 각각 다른 얼굴을 합니다.
④ 다른 마감·다른 시스템. 법인마다 마감 시점도 시스템도 다릅니다. 누구는 5일에 닫고 누구는 15일에 닫으면, 연결은 늦는 쪽을 기다립니다.
연결은 장부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법인과 법인 사이의 경계를 매달 관리하는 일입니다. 단일법인 장부를 N개 엑셀로 합친다고 연결이 되지 않는 이유가 이겁니다. 경계는 더해지지 않고 곱해집니다.
연결재무제표에서 기업집단공시까지 — 규모마다 두꺼워지는 공시
▍부담은 사건이 아니라 사다리입니다
multi-entity의 부담은 한 번에 오지 않습니다. 규모를 따라 층층이 쌓입니다.
지배-종속 관계가 생기는 순간, 지배기업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합니다(K-IFRS 제1110호). 외부감사 대상 — 대개 자산이나 매출이 500억 원을 넘는 회사 — 이면 이 연결이 감사 대상이 됩니다. 지분이 20~50%로 유의적 영향력만 있으면 종속기업이 아니라 관계기업이라, 연결 대신 지분법(제1028호)으로 투자지분을 한 줄에 담습니다. 지배냐 영향력이냐를 가르는 이 판단이 연결 범위를 정합니다.
상장하면 DART에 연결 기준 사업보고서가 붙습니다. 그룹이 더 커져 자산총액 5조 원을 넘으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공시가 시작됩니다 — 대규모내부거래 이사회 의결·공시(거래 100억 원 이상), 기업집단현황공시,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공시. 2025년 5월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92곳입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설립 신고와 연례 사업내용 보고가 또 얹힙니다.
층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관통하는 데이터는 하나입니다. 어느 법인이 어느 법인을 지배하는지, 법인끼리 무엇을 얼마에 주고받았는지. 연결재무제표의 내부거래 제거도, 기업집단공시의 대규모내부거래도 결국 같은 원천을 봅니다. 연결이 흔들리면 그 위의 공시가 전부 흔들립니다. 연결의 데이터가 곧 공시의 데이터입니다.
도구들은 multi-entity를 어떻게 다루나 — 한국·글로벌 2026
▍연결을 사후 작업에서 코어로 옮기는 중
방향은 한국과 글로벌이 같습니다. 연결을 월말 엑셀 작업이 아니라 시스템의 코어로 끌어들이고, 그 위에 AI를 얹는 흐름입니다.
한국에서는 더존비즈온이 2025년 11월 GSP 3.0(Group Synergy Platform)을 내놓으며 계열사 데이터 연결과 내부거래 연결조정을 ONE AI 에이전트와 묶었습니다. 영림원 K-System은 K-IFRS 연결재무제표 작성 기능을 내세우고, SAP는 S/4HANA 그룹 리포팅 2508에 AI 보조 인사이트와 연결 자동전기 규칙 엔진을 붙였습니다.
글로벌 AI-native 진영은 더 공격적입니다. Rillet은 multi-entity 연결과 99.7% 자동 분개를 표방하며 2025년 8월 7천만 달러를 조달했고, 고객사 중에는 두 명이 재무 전체를 돌리는 곳도 있습니다. NetSuite는 결산 AI가 연결과 내부거래 제거를 분석하도록 했고, Sage Intacct는 부분소유·다단계 지배구조의 지분법을 자동화하는 기능과 결산 AI를 2025년 하반기 정식 공개했습니다. Prophix는 연결 에이전트가 밤사이 마감을 돌립니다.
공통점이 분명합니다. 도구들이 내부거래 매칭·제거·환산 계산을 AI에 넘기고, 사람은 판단만 하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다만 도입의 무게는 제각각입니다 — 어떤 연결 솔루션은 반년 넘게 수억 원이 들고, 어떤 AI-native ERP는 몇 주 만에 붙습니다. 자동화 자체가 결과를 가르는 것도 확인됩니다. Ventana 집계로 결산을 거의 다 자동화한 기업은 6영업일 내 마감 비율이 69%로, 그렇지 않은 기업(29%)의 두 배가 넘습니다.
그래서 방향은 — 연결이 코어인 AI ERP
▍N개를 합치지 말고, 하나의 장부에서 N개 법인을 들고 있어야
핵심은 순서를 뒤집는 데 있습니다. 단일법인 장부 N개를 만들어 월말에 합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시스템이 여러 법인·여러 통화·여러 기준을 나란히 들고 있어야 합니다. 그 위에서 에이전트가 내부거래를 상시 대사하고 환산을 계산하면, 연결은 월말의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상태가 됩니다.
여기서 AI ERP의 자리가 생깁니다. 경계를 아는 에이전트는 데이터에 상시 연결돼 있어야 일합니다 — 법인별 장부가 한 곳에 붙어 있어야 내부거래 짝을 찾고, 환산을 돌리고, 로컬과 그룹 기준의 차이를 조정합니다. AI가 만든 연결 조정을 감사에서 설명할 수 있느냐는 감사가능성 문제와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Gridie도 회계사가 설계한 자산을 운영자가 그대로 굴리도록 넘기는 AI-native ERP를 이 자리에 두고 있습니다.
솔직한 한계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자리입니다
자동화되는 건 매칭·제거·환산 같은 계산과 대사입니다. 판단은 다릅니다. 어느 법인을 연결에 넣을지는 지분율이 아니라 실질지배로 가립니다 — K-IFRS 제1110호의 지배력 세 요소(힘, 변동이익 노출, 영향을 미치는 능력)를 따져야 합니다. 기능통화를 무엇으로 볼지, 지분법을 적용할지, 관계기업 손상을 인식할지 — 전부 사람의 판단이 남는 자리입니다. AI는 근거를 붙여 제안할 뿐 확정하지 않습니다.
세무는 부담이 더 무겁습니다. 국외특수관계인과 거래하는 법인은 매출 1,000억 원·거래 500억 원을 넘으면 통합기업보고서와 개별기업보고서를 내야 하고, 안 내면 건별 3천만 원 과태료가 붙습니다. 2026년부터 관련 규정도 개정됐습니다. AI가 서류 초안은 도와도, 정상가격이 맞는지는 결국 사람이 답합니다. 그래서 multi-entity 자동화의 목표는 사람을 빼는 게 아니라, 사람이 판단할 것과 기계가 반복할 것을 갈라놓는 데 있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연결재무제표는 어떻게 작성하나요?
A. 크게 다섯 단계입니다. ① 지배력을 판정해 연결 범위를 정하고(K-IFRS 제1110호), ②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개별재무제표를 계정별로 합산한 뒤, ③ 법인 간 내부거래·채권채무와 재고·유형자산에 남은 미실현손익을 전액 제거하고, ④ 지배기업의 투자주식과 종속기업 자본을 상계하며, ⑤ 기능통화가 다른 해외법인은 외화환산(제1021호)을 반영합니다. 절차 자체는 정해져 있지만, 법인이 늘수록 ③·⑤의 경계 조정이 곱으로 무거워지는 것이 성장기업이 부딪히는 진짜 벽입니다.
Q. 법인이 몇 개부터 연결 자동화가 필요한가요?
A. 개수보다 '첫 해외법인'이 기준입니다. 국내 단일법인일 때는 회계 프로그램 하나로 버티지만, 두 번째 법인 특히 통화·기준·마감이 다른 해외 자회사가 생기면 내부거래 제거·외화환산·GAAP 조정이 한꺼번에 붙습니다. Ventana 집계로 연결을 6영업일 안에 끝내는 곳이 절반뿐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Q. 스프레드시트로 연결하면 안 되나요?
A. 초기에는 됩니다. 다만 새 법인에 감사와 세무가 붙는 순간 한계가 옵니다. 조사에 따르면 팀의 78%가 여전히 스프레드시트로 데이터를 옮기지만, 법인이 여럿이면 연결이 마감 시간을 두세 배로 늘립니다. 미실현손익 제거 누락 같은 실수도 스프레드시트에서 자주 나옵니다.
Q. 연결결산에서 AI가 실제로 하는 일은 뭔가요?
A. 내부거래 짝 맞추기와 제거, 외화환산 계산, 로컬-그룹 기준 차이 조정 같은 반복 대사입니다. Rillet·NetSuite·Sage·더존이 이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다만 지배력 판단, 기능통화 결정, 지분법 적용은 판단성 항목이라 회계사가 확정합니다. AI는 제안하고 사람이 승인합니다.
Q. 해외법인이 현지 기준으로 장부를 쓰면 연결은 어떻게 하나요?
A. 현지 GAAP 장부를 그룹 IFRS로 다시 맞추는 조정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현지 세무용 로컬 장부도 따로 유지해야 해서, 한 거래가 여러 기준에서 다르게 기록됩니다. 이 조정을 매 보고기간 재현 가능하게 남기는 것이 연결의 핵심이고, 시스템이 여러 기준을 나란히 들고 있어야 편해집니다.
Q. 연결재무제표·기업집단공시 같은 건 언제부터 챙겨야 하나요?
A. 지배-종속 관계가 생기면 외부감사 대상(대개 자산이나 매출 500억 원 이상) 회사는 K-IFRS 제1110호에 따라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합니다. 지분이 20~50%면 종속기업이 아니라 관계기업이라 지분법(제1028호)으로 담습니다. 그룹이 더 커져 자산총액 5조 원을 넘으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공시(대규모내부거래·기업집단현황·비상장회사 중요사항 공시)까지 붙습니다. 층은 달라도 원천 데이터는 법인 간 관계와 내부거래로 같습니다.
법인은 몇 달이면 세웁니다. 그 법인을 매달 우리 장부에 잇는 일은, 세우는 것보다 오래 갑니다. 연결은 장부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이를 매달 잇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