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 원AI vs SAP Joule vs AI-native 에이전트 — AI가 만든 분개를 감사에서 설명할 수 있나
더존 원AI는 세무조정을 순서대로 검증합니다. SAP Joule은 수동 저널 기입을 70~80% 줄였다고 합니다. Digits는 거래의 최대 95%를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장부에 올린다고 밝힙니다.
숫자만 보면 셋 다 '이제 거의 다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회계에서 물어야 할 건 자동화율이 아닙니다. 그 자동화가 틀렸을 때, 감사에서 그 분개를 누가 설명하느냐입니다.
기능 비교표로는 이 질문의 답이 안 나옵니다. 표에는 세 제품 모두 '자동 분개', '이상 탐지', '자동 대사'에 체크가 찍히니까요. 어느 제품이 우리 규모·해외 계획에 맞는지는 선택가이드에서 다뤘습니다. 이 글은 그 체크 뒤를 봅니다 — 세 AI가 실제로 무엇을 자동화하고, 감사가능성·한국 세무·사람 개입에서 어디가 갈리는가.
더존 원AI·SAP Joule·AI-native 에이전트는 실제로 무엇을 자동화하나
▍세 제품이 손대는 지점이 다릅니다
① 더존 원AI. 2025년 12월 '원AI 프리뷰 2026'에서 더존비즈온은 대화형을 넘어 업무를 직접 실행하는 에이전틱 단계를 내세웠습니다. 핵심은 국내 법령을 집중 학습한 버티컬 모델입니다. ONE AI 세법도우미는 법령·판례를 찾아 근거와 함께 답하고, 세무조정 같은 절차를 순서대로 검증합니다. 내부의 세법·법률 에이전트가 서로 교차검증하는 구조이고, 'AI 박스'의 유연성 값을 0.1(보수적)까지 낮추면 규정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잠급니다. 노무도우미까지 라인업이 붙었고, 아마란스10 플랫폼에 통합돼 2026년 적용을 넓히는 중입니다.
② SAP Joule. 규모가 다릅니다. 재무·조달·공급망을 아우르는 40개 이상의 에이전트와 2,400개 스킬을 내세웁니다. 재무만 봐도 결산 라이프사이클(전기·발생·저널 검증·회사간 대사)을 조율하는 Financial Closing, 은행거래명세를 읽어 대사하는 Cash Management, SOX 통제 이상과 VAT·BEPS Pillar Two를 감시하는 Compliance Copilot이 있습니다. 프로덕션에 올린 기업들은 수동 저널 기입이 70~80% 줄었다고 보고합니다. 다만 상당수는 아직 통제된 환경에서 시험하는 단계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③ AI-native 에이전트(Rillet·Campfire·Digits). 이들은 기존 ERP에 AI를 얹은 게 아니라 장부 자체를 AI로 다시 설계했습니다. Rillet의 Aura는 ASC 606 기준으로 이연수익·미청구채권·계약수정을 자동 분개하고, 은행거래 대부분을 ML로 대사합니다. Campfire의 Ember는 자연어 명령으로 조정분개를 만듭니다. Digits는 'Agentic General Ledger'를 표방하며 8,250억 달러어치 거래로 학습해 거래의 최대 95%를 자동으로 장부에 올린다고 밝힙니다. 셋 다 미국·영어권 제품이고, 각각 1억 달러 안팎을 조달했습니다.
세 제품이 손대는 지점이 조금씩 다릅니다. 더존은 국내 법령 해석, SAP는 대기업 결산·통제, AI-native는 장부 생성 자체. 그런데 이 자동화가 실제로 갈리는 축은 따로 있습니다.
AI가 만든 분개를 감사에서 설명할 수 있나 — AI ERP 감사가능성
▍결론을 내는 AI와 근거를 남기는 AI는 다릅니다
감사인은 15년간 '왜 이 분개인가'를 조서에 남기는 훈련을 받습니다. 판단보다 판단의 근거가 자산인 직업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훈련을 AI 에이전트에게 그대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 결론 말고 근거를.
이 축에서 세 진영이 갈립니다. SAP는 에이전트의 모든 행동에 '무엇을·왜·어떤 데이터로 결정했는가'를 로그로 남기고, 애매하면 사람에게 넘깁니다. 회계사는 처음부터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그 근거를 검토하고 승인합니다. 더존은 교차검증과 0.1 보수값으로 환각을 눌러 '틀린 근거'가 생길 확률 자체를 낮추는 쪽입니다. Digits는 고정자산·선급비용 같은 스케줄과 함께 감사추적을 남기고, Rillet은 AI가 만든 답마다 설명과 출처 문서를 붙입니다.
자동화율이 아니라 '설명 가능성'이 회계 AI의 진짜 스펙입니다.
다만 하나는 짚어야 합니다. '로그를 남긴다'와 '감사가 인정하는 근거를 남긴다'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감사가능성의 요건을 갖췄는지는 별도로 봐야 합니다. 그 다섯 요소는 AI 회계 거버넌스·감사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한국 세무·K-IFRS·전자세금계산서는 누가 처리하나
▍여기서 더존과 나머지가 갈립니다
전자세금계산서, 원천세, 부가세 신고, K-IFRS. 이건 기능이 아니라 국내 제도입니다. 더존은 여기서 네이티브입니다 — 국내 법령을 학습의 중심에 두고 세법·노무 도우미를 붙인 이유가 이겁니다. SAP는 글로벌 표준 위에 각국 로컬라이제이션을 얹는 방식이라 국내 처리는 되지만, 전자세금계산서·원천세의 세부는 파트너 구현에 기댑니다. AI-native 세 제품은 미국 GAAP·영어권을 전제로 만들어져, 전자세금계산서 연동이나 부가세 자동 분기를 지금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만 분명히 하겠습니다. AI 레이어가 아무리 정교해도, 국내 세무 축이 비면 그 자동화는 결국 회계사 손으로 되돌아옵니다. 자동으로 만든 분개를 사람이 다시 부가세 관점에서 검산해야 한다면, 자동화율 숫자는 장부 위에서 절반만 유효합니다.
자동화율 95%의 함정 — HITL과 정확도
▍남는 5%가 어디로 가는지가 설계의 전부입니다
Digits가 95%를 자동으로 올린다면, 진짜 문제는 나머지 5%입니다. SAP의 70~80%도 마찬가지로 20~30%가 남습니다. 회계에서 어려운 건 쉬운 다수가 아니라 애매한 소수입니다. 감가상각 방법이 갈리는 자산, 수익인식 시점이 모호한 계약, 공제·불공제가 붙는 매입세액. 이 소수가 전체 정확도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설계의 핵심은 자동화율을 몇 % 더 올리느냐가 아니라, 나머지를 사람에게 넘기는 경로를 어떻게 짜느냐입니다. SAP는 애매한 예외를 컨텍스트째 사람에게 인계합니다. AI-native는 신뢰도가 낮은 항목을 승인 대기로 뺍니다. 자동화율 숫자가 높을수록 검토 설계가 부실하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 사람이 '어차피 맞겠지' 하고 흘려보내게 되니까요.
95%를 자동화한 시스템의 품질은, 자동화한 95%가 아니라 남긴 5%를 어떻게 다루느냐로 판가름 납니다.
그래도 남는 한계
▍세 제품 모두, 지금 시점의 솔직한 한계가 있습니다
더존의 에이전틱은 프리뷰에서 방향을 보여줬지만 실무 전면 적용은 확대 중인 단계입니다. SAP의 40개 에이전트는 발표 숫자와 실제 프로덕션 도입 사이에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AI-native의 높은 자동화율은 데이터가 깨끗하고 거래가 정형적인 미국 스타트업 환경을 전제로 한 숫자이고, 한국 세무를 태우는 순간 다시 검증이 필요합니다.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세 제품 다 '자동으로 만든다'까지는 잘합니다. 그러나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감사가 받아들이게 설명한다'는 아직 사람과 제도의 몫이 큽니다. 지금의 AI ERP 경쟁은 자동화율 경쟁처럼 보이지만, 회계사가 실제로 걱정하는 지점은 그 아래에 있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더존 원AI와 SAP Joule 중 뭐가 더 낫나요?
A. 더 나은 쪽은 조건에 따라 갈립니다. 국내 세무·전자세금계산서·원천세가 중심이면 더존 원AI가 네이티브로 강하고, 다국가·다통화 결산과 글로벌 통제가 필요하면 SAP Joule이 폭넓습니다. 규모·해외 계획별 선택 기준은 선택가이드에서 정리했습니다.
Q. AI가 자동으로 만든 분개를 감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분개를 만든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판단의 근거가 재현 가능한 형태로 남아야 합니다. SAP는 에이전트 행동을 이유와 함께 로그로 남기고, 더존은 교차검증으로 근거를 만들며, Digits·Rillet은 감사추적과 출처 문서를 붙입니다. 다만 '로그가 있다'와 '감사가 인정한다'는 다른 문제라, 감사가능성 요건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Q. Rillet·Campfire·Digits 같은 AI-native ERP는 한국에서 바로 쓸 수 있나요?
A. 지금은 제한적입니다. 세 제품 모두 미국 GAAP·영어권을 전제로 만들어져, 전자세금계산서 연동과 부가세·원천세 자동 처리는 국내 제품만큼 준비돼 있지 않습니다. 자동 분개·대사의 밀도는 강하지만, 한국 세무 축은 별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Q. 자동화율이 높은 제품이 무조건 좋은 건가요?
A. 아닙니다. 회계의 난도는 쉬운 다수가 아니라 애매한 소수에 있습니다. 자동화율 95%짜리 시스템의 품질은 자동으로 처리한 95%가 아니라, 사람에게 넘긴 5%를 어떻게 검토하게 설계했는지로 결정됩니다.
세 제품의 기능표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비슷해질 겁니다. 자동 분개도, 이상 탐지도 결국 다 따라붙을 테니까요. 그때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금 당신 장부에 올라간 AI 분개 중, 내일 감사인 앞에서 근거를 대며 설명할 수 있는 건 몇 개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