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신고를 AI가 한다고 하면, 대개 챗봇을 떠올립니다. "이 카드값 공제되나요?" 묻고 답을 받는 그림이요. 그런데 신고는 그 질문을 수백 번 하는 일이 아닙니다.
신고의 진짜 어려움은 계산에 있지 않습니다. 판단과 누락에 있습니다. 애매한 매입 하나하나에 공제와 불공제를 가르는 판단, 그리고 장부에 있어야 할 거래가 빠지지 않았는지, 없어야 할 거래가 슬쩍 끼지 않았는지를 보는 눈. 이건 문서 몇 장을 읽는 챗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회사의 거래 전체에 연결돼 있어야 보입니다.
AI 부가세 신고, 지금 어디까지 왔나 — 2026 현재 시도들
▍정리는 이미 꽤 됩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하는 일은 이미 상당히 자동화됐습니다. 국세청부터가 카드·현금영수증·전자세금계산서 자료로 신고서를 미리 채워주고, 2026년 1기 확정신고에는 손택스에 생성형 AI 챗봇까지 붙었습니다. 민간은 더 빠릅니다. 클로브(브이원씨)는 은행·법인카드·세금계산서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예상 부가세 리포트'까지 냅니다. 그랜터는 결제 내역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AI가 지출을 분류하고 장부 정리와 세금계산서까지 자동화합니다. 삼쩜삼·SSEM·경리나라·더존 원AI까지, 흩어진 자료를 모아 이름을 붙이는 일은 여러 곳이 잘합니다.
그렇다고 신고가 막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클로브의 부가세 문서를 보면, 연동한 자료로 매출·매입을 집계하고 '공제받지 못할 매입세액 명세서' 같은 부속서류를 자동으로 채운 뒤, 홈택스 업로드용 전자신고 파일까지 만들어 줍니다. 신고 파일이 나오니 '신고까지 되느냐'에는 된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불가능이 아닙니다.
다만 수준은 정직하게 봐야 합니다. 이건 연동된 자료를 반자동으로 채우고 '보정할 값은 직접 수정하라'는 단계입니다. 불공제를 전수로 매달 1원까지 판단하고, 자가소비·순환거래·매출누락 같은 완전성까지 담는 건 아직 실험 단계에 가깝고, 충분한 고려사항을 다 담으려면 시간이 더 걸립니다. 그리고 세무사와 협업하는 경로(클로브 커넥트)에서는 AI가 만든 엑셀 전표가 더존·위하고로 올라가, 기장 원장과 워크플로우가 여전히 별도의 회계프로그램에 남습니다. 정리는 빨라졌는데, 장부와 책임은 아직 딴 곳에 있는 셈입니다. 그랜터도 장부 정리와 세금계산서까지는 오지만 부가세 신고 자체를 앞세우지는 않습니다.
부가세 신고에서 진짜 어려운 건 계산이 아니다
▍판단과 누락이 어렵습니다
감사에는 정반대 방향의 두 검증이 있습니다. 장부에 오른 게 진짜인가(존재), 그리고 진짜인 게 다 장부에 올랐나(완전성). 지금 AI 세무 도구 대부분은 앞쪽만 봅니다 — 올라온 세금계산서를 읽어 분류하고 집계합니다. 그런데 부가세에서 세금을 만드는 건 뒤쪽입니다. 어려운 세 가지가 전부 그쪽에 있습니다.
① 판단. 매입세액 공제와 불공제를 가르는 일입니다. 접대비, 비영업용 승용차, 면세사업 관련, 토지 자본적지출, 등록 전 매입 — 건별로 챗봇에 물으면 답은 나옵니다. 문제는 수백에서 수천 건을 매달 같은 기준으로, 1원도 틀리지 않게 처리하는 것입니다. 흠택스가 2026년 7월 짚었듯 AI는 없는 조문이나 판례를 지어내기도 합니다. 판단을 확률에 맡기면 그대로 세무 리스크가 됩니다.
② 누락. 자가소비, 순환거래, 셀프결제, 매출 누락. 있는 거래를 계산하는 게 아니라, 없어야 할 거래와 빠진 거래를 찾는 일입니다. 국세청은 이걸 카드·현금영수증·외부수집자료를 역으로 대사해 잡아냅니다. 신고하는 쪽에서 이걸 먼저 확인하려면, 세금계산서 몇 장이 아니라 회사 거래 전체가 한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③ 근거. 왜 이렇게 판단했는가. 경정이나 불복이 오면 법령과 판례로 소명해야 합니다. 챗봇 답변에는 그 근거가 재현 가능한 형태로 남지 않습니다. 감사를 겪어본 회계사라면, 결론보다 결론의 근거가 자산이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핵심은 ERP에 연결된 에이전트다 — MCP가 여는 것
▍문서를 읽는 AI와, 장부에 사는 AI는 다릅니다
세 가지 어려움은 결국 같은 것을 요구합니다. 회사 거래의 전체 그림을, 실시간으로. 올라온 문서만 보는 도구는 그 문서를 분류할 뿐입니다. 완전성 대사는 전자세금계산서·카드·현금영수증·통장 입금·거래처마스터·품목 수불부가 한자리에 붙어야 가능합니다. 그 데이터가 사는 곳이 ERP입니다.
문서를 읽는 AI는 올라온 거래를 분류하고, 장부에 연결된 AI는 올라오지 않은 거래를 찾습니다.
여기서 MCP(Model Context Protocol)가 의미를 갖습니다. 에이전트가 ERP 데이터에 상시·구조적으로 연결되는 표준입니다. 붙여넣기나 화면 스크래핑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회사 장부 위에 앉아 필요한 걸 직접 조회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한국 세무에서 이게 표준은 아닙니다. 그랜터가 CLI와 API를 먼저 내놓은 것처럼 연결 방식은 갈리는 중입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 에이전트를 문서가 아니라 데이터에 붙이는 쪽입니다.
연결만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신뢰 가능한 신고는 세 겹을 나눠야 합니다. 계산과 판단은 결정론 엔진이 1원도 틀리지 않게 처리합니다 — 매입 불공제 11단계, 간주공급, 금액분해까지 규칙으로. AI는 그 주변만 맡습니다 — 자료에서 필요한 값을 추출하고, 순환·자가소비 같은 이상을 탐지해 근거 있는 질문을 만듭니다. 그리고 판단성 항목은 회계사가 확정합니다. 흠택스가 꼽은 AI의 네 한계 — 환각, 판단, 책임, 개정 지연 — 가 이 구조에서 각각 자리를 찾습니다. 숫자는 결정론이라 지어내지 않고, 판단과 책임은 사람에게 남으며, 개정된 세법은 설정값으로 매년 갈립니다.
이 축은 결국 AI ERP라는 그릇 안에서 만납니다. AI가 만든 분개를 감사에서 설명할 수 있느냐는 더존·SAP·AI-native 비교에서 다뤘고, 파일럿을 실제 운영으로 넘기는 조건은 파일럿 감옥 글에서 짚었습니다. Gridie도 회계사가 설계한 자산을 운영자가 그대로 굴리도록 넘기는 AI-native ERP를 이 자리에 두고, 부가세 판단·대사 엔진을 그 위에 얹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되나 — 솔직한 경계
▍판단·계산·대사·근거까지, 확정과 제출은 사람
과장하지 않겠습니다. 방금 말한 수준 — 불공제를 전수로 판단하고, 누락까지 대사하고, 근거를 다는 것 — 은 범용 SaaS를 켠다고 나오는 게 아닙니다. 숙련된 회계사가 에이전트를 직접 깎아 넣었을 때 겨우 닿는 수준이고, 그마저 지금은 실험 단계에 가깝습니다. 클로브가 전자신고 파일까지 뽑아내듯 '되느냐'는 이미 됩니다. 진짜 질문은 '충분한 고려사항을 담고 매달 믿고 돌릴 만하냐'이고, 거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판단성 항목의 확정은 회계사의 몫으로 둡니다. 접대냐 복리후생이냐, 이 차량이 영업용이냐, 이 인출이 자가소비냐. AI는 근거를 붙여 제안할 뿐 확정하지 않습니다. 완전성도 마찬가지로, AI가 누락을 '전부 자동으로 잡는다'는 건 아직 과장이고, 이상 신호에 FLAG를 달아 사람 앞에 올리는 데까지입니다.
제출도 남습니다. 전자신고 파일 생성은 클로브처럼 가능하지만, 홈택스에 무인으로 자동 제출하는 공식 통로는 없어 마지막 업로드와 확인은 사람이 합니다. 그리고 세법은 매년 바뀝니다. 발행세액공제율도 2027년에 내려갑니다. 이걸 코드가 아니라 설정으로 빼두지 않으면, 자동화는 개정 첫날 틀립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가 대신하는 건 계산과 반복이지, 판단과 책임이 아닙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AI로 부가세 신고, 지금 어디까지 되나요?
A. 데이터 연동부터 부속서류 자동 작성, 홈택스 업로드용 전자신고 파일 생성까지는 이미 됩니다. 클로브 같은 도구도 신고 파일을 뽑습니다. 다만 불공제를 전수로 매달 1원까지 판단하고 자가소비·순환·매출누락 같은 완전성까지 담는 깊은 수준은, 숙련된 회계사가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했을 때 겨우 닿고 그마저 아직 실험 단계입니다. 판단성 항목의 확정과 최종 제출은 사람이 합니다.
Q. 챗GPT 같은 챗봇에 물어보면 부가세 판단이 되지 않나요?
A. 건별 질문에는 답이 나옵니다. 다만 수백 건을 매달 같은 기준으로 1원도 틀리지 않게 반복하고, 그 근거를 감사에 재현 가능한 형태로 남기는 건 다른 일입니다. 흠택스도 2026년에 지적했듯 AI는 조문이나 판례를 지어내기도 합니다. 판단을 확률로 처리하면 그대로 세무 리스크가 됩니다.
Q. 클로브나 그랜터 같은 도구로 신고까지 되나요?
A. 됩니다. 클로브는 홈택스 업로드용 전자신고 파일까지 만들어 주니 신고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만 두 가지를 봐야 합니다. 하나, 연동 자료를 반자동으로 채우고 보정하는 단계라 불공제 전수 판단과 완전성(누락)까지는 아직 실험 단계입니다. 둘, 세무사 협업 경로(클로브 커넥트)에서는 전표가 더존·위하고로 올라가 기장 원장과 워크플로우가 별도 회계프로그램에 남습니다. 되지만, 충분히 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Q. 왜 ERP 연결이 핵심인가요?
A. 부가세에서 가장 어려운 건 누락을 찾는 완전성 검증인데, 그건 세금계산서 몇 장이 아니라 회사 거래 전체를 대사해야 보입니다. 그 데이터가 ERP에 있으므로, 에이전트가 문서 업로드가 아니라 ERP에 직접 연결돼 있어야 완전성까지 손이 닿습니다.
부가세에서 세금을 만드는 건, 장부에 오른 거래가 아니라 오르지 않은 거래입니다. 문서를 읽는 AI는 앞을 보고, 신고를 하는 AI는 뒤를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