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플랫폼 판도 2026: 삼쩜삼·캐시노트·클로브의 승부처는 세금이 아니었습니다
삼쩜삼은 2024년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창업 이후 줄곧 적자였는데, 매출 862억에 영업이익 102억. 그리고 2025년, 매출이 756억으로 12% 줄었습니다.
첫 흑자를 낸 그 다음 해에 역성장한 겁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습니다. 국세청이 수수료 0원짜리 '원클릭 환급'을 내놓았고, 세무사회는 '국민의세무사' 앱으로 맞불을 놨습니다. 2,400만 명을 모으고 2조 원을 환급해 준 플랫폼이, 정작 돈을 버는 구간에서는 천장에 닿았습니다.
그런데 세무 플랫폼 판을 삼쩜삼만 놓고 읽으면 각도를 놓칩니다. 2026년의 진짜 이동은 "누가 세금 신고를 대신 해주나"가 아니라 "세금 데이터 위에 무엇을 얹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무 플랫폼의 승부처는 세무가 아니라, 세무 데이터 위에 얹는 금융과 운영입니다.
세무 플랫폼 판도 2026 — 세 개의 전선으로 갈라졌다
▍B2C 환급 전선은, 이기자마자 무료가 됐다
삼쩜삼이 서 있는 곳은 개인·프리랜서의 종합소득세 환급 시장입니다. 환급액의 10~20%를 수수료로 떼는 모델로 2,400만 가입자까지 왔습니다. 자비스앤빌런즈의 2024년 매출 756억은, 같은 해 세무법인 매출 1위 다솔(427억)보다 큽니다. 개별 세무법인 어느 곳보다 큰 단일 플레이어가 시장 하단을 쥔 겁니다.
법적 다툼도 사실상 이겼습니다. 세무사회가 무자격 세무대리로 고발한 건은 2025년 5월 대검찰청 재항고 기각으로 무혐의가 확정됐습니다. 4년 2개월 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긴 자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국세청 원클릭이 단순 환급을 공짜로 처리하기 시작하자, "환급액에서 떼는 수수료"라는 수익 구조 자체의 여지가 줄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1월 삼쩜삼의 과장 광고에 과징금 7,100만 원을 매겼고, 세무사회는 2026년 5월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차 신고를 넣었습니다. 형사에서는 이겼지만, 광고·표시 전선에서 계속 발목이 잡히는 구도입니다.
환급이라는 단일 상품에 얹힌 플랫폼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음 전선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캐시노트·클로브는 왜 세무·회계 기능을 공짜로 푸는가
▍소상공인 전선 — SW는 미끼가 되고, 돈은 금융에서 난다
두 번째 전선은 소상공인의 경영·기장입니다. 캐시노트(한국신용데이터)는 여기서 가장 큽니다. 도입 사업장 170만 곳, 매출·장부·세금 예측·카드 수수료 환급을 한 앱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2024년 연결 매출 1,428억에 영업손실은 380억입니다. 적자가 줄기는커녕 늘었습니다.
적자를 감수하는 이유는 회계 기능이 목적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우리은행 등과 제4인터넷은행 인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170만 사업장의 매출·거래 데이터가 곧 신용평가 자산이고, 그 위에 대출·금융을 얹는 게 그림입니다.
클로브(운영사 브이원씨)는 이 논리를 더 노골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계좌·법인카드·세금계산서를 통합해 실시간 자금일보와 예상 부가세 리포트를 주는 재무관리 SaaS인데, 2026년 이 소프트웨어를 "평생 무료"로 선언했습니다. 대신 수익은 '클로브금융'에서 냅니다. 장래 매출채권을 근거로 한 팩토링·대출로 누적 대출액이 1,100억을 넘었습니다. 출시 1년 반 만에 법인 고객 1만 곳을 넘겼고, 2026년 4월 프리A로 134억을 유치했습니다.
개인사업자 쪽에는 쌤157이 있습니다. 2019년 나온 SSEM이 2025년 3월 이름을 바꾼 서비스로, "157"은 개인사업자가 세금을 신고하는 1·5·7월을 뜻합니다. 거래내역을 분석해 계정 용도와 부가세 공제 여부를 자동 판단하고, 신고 과정의 약 80%를 자동화한다고 말합니다. 누적 100만 명이 썼습니다. 그랜터는 영수증·거래내역을 계정과목으로 자동 분류하는 지출관리 AI로, 론칭 6개월 만에 400개 고객사를 모았습니다.
이 전선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세무·회계 기능 자체로는 돈을 벌 생각이 없다는 것. 그 기능은 사업자를 붙들어 두는 미끼이고, 진짜 수익은 데이터 위에 얹는 금융·신용에서 나옵니다.
세무대리 시장 2026 — 플랫폼은 세무사를 대체하지 않고, 고객으로 삼는다
▍세 번째 전선은 세무사의 책상 뒤에서 열렸다
가장 조용하지만 판을 바꾸는 전선이 여기입니다. 세무대리인을 끝사용자가 아니라 고객으로 삼는 B2B2B입니다.
클로브는 재무관리 SaaS와 별도로 '클로브 커넥트'를 운영합니다. 세무대리인과 수임 고객을 연결해 결산을 자동화하는 도구입니다. 클로브가 사업자에게 무료로 SW를 깔아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세무사의 결산 업무로 흘려보냅니다. 사업자·세무사·플랫폼이 한 줄로 엮입니다.
더 상징적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삼쩜삼을 만든 자비스앤빌런즈가, 기업용 경리 서비스 '자비스'를 2025년 11월 세무법인 에스브이에 팔았습니다. B2C 환급으로 시작한 회사가 B2B 세무 SW는 세무법인에 넘긴 겁니다. 세무 SW의 종착지가 세무사의 백엔드라는 걸 보여주는 거래였습니다.
그 백엔드의 표준은 이미 더존입니다. 위하고(WEHAGO)가 세무사 사무소의 기장 인프라를 사실상 표준화해 놓았고, 회계 SW 시장 점유율에서 오래 1위입니다. 새 플랫폼들은 이 백엔드 위에서 자동화 한 겹을 더 얹으려 다투는 중입니다.
세무사가 사라지는 그림이 아닙니다. 세무사가 하던 일 중 "입력"이 자동화되고, 세무사는 그 위에서 판단·검증·리스크를 파는 자리로 옮겨 갑니다.
세무대리 시장의 방향 — 하단은 흡수되고, 중간이 눌린다
▍공급은 넘치고, 가격은 아래에서 무너진다
이 판을 떠받치는 건 숫자입니다. 등록 세무사는 2025년 1월 기준 16,720명, 세무법인은 792개입니다. 매년 700명 넘게 순증합니다. 세무법인 전체 매출은 2024년 3조 7,356억이지만, 개인 세무사 1인 평균 매출은 3억 4,804만 원입니다. 공급은 계속 늘고, 시장 하단에는 월 3만 원대 초저가 기장까지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홈택스 개편과 전자세금계산서로 자료가 자동으로 국세청에 모입니다. 단순 기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질수록, "자료를 입력해 주는" 일의 값은 떨어집니다. 방향은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① 세무·회계 SW 자체는 무료로 수렴합니다. 돈은 그 데이터 위의 금융·신용으로 이동합니다. 캐시노트의 인터넷은행 도전, 클로브의 팩토링이 같은 방향입니다.
② 세무사의 부가가치가 입력에서 판단으로 옮겨 갑니다. 플랫폼은 세무사를 적이 아니라 채널·고객으로 끌어안습니다. 클로브 커넥트, 자비스 매각이 그 신호입니다.
③ 시장 하단은 저가·플랫폼이 흡수하고, 상단은 대형화로 갑니다. 세무법인 다솔이 매출 1위를 회복하고, 이현과 대륙아주가 합쳐 센트릭이 나온 반면, 세무사회는 5인 요건을 3인으로 낮춘 '미니 세무법인'을 밀고 있습니다. 눌리는 건 중간입니다.
회계사·재무담당자는 2026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입력이 공짜가 된다는 걸 전제로 자리를 다시 잡기
저는 여러 재무팀·회계사와 AI 작업을 하면서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봅니다. 자동화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자동화된 다음에 자기가 무엇을 파는지를 아직 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준비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① 입력이 공짜가 된다는 걸 전제로 두세요. 거래 분류·부가세 공제 판정·장부 작성은 이미 80% 자동화를 표방하는 도구들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내가 파는 값은 그 결과를 검증하고, 애매한 판단을 책임지고, 리스크를 짚는 데 있습니다.
② 플랫폼을 경쟁자가 아니라 백엔드로 보세요. 클로브 커넥트처럼 세무사를 고객으로 삼는 구조가 늘어납니다. 그 흐름 위에 올라타 자기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는 편이, 도구를 거부하다 하단부터 잠식당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③ 데이터가 어디로 흐르는지 물으세요. "평생 무료" 뒤에는 그 데이터로 신용·금융을 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무료 SW에 고객 데이터를 넘길 때, 그 데이터의 소유와 정합성이 누구 손에 있는지가 다음 몇 년의 갈림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세금 신고를 자동화하는 것과, 회계사가 셋업한 운영 체계를 사업자가 그대로 굴리게 하는 것은 층위가 다릅니다. Gridie는 회계사가 설계한 AI-native 재무 운영 시스템으로, 신고 자동화 너머의 그 운영 층위를 다룹니다. 세무 플랫폼 경쟁의 상위 지형은 AI ERP 현황 2026에서 이어 정리했습니다.
이 판독의 한계
숫자에는 시차가 있습니다. 2026년 연간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고, 위 재무 수치의 최신 확정치는 대체로 2024~2025 회계연도까지입니다. 캐시노트·클로브의 "무료 SW + 금융 수익" 모델이 지속 가능한지, 인터넷은행 인가나 대출 규제를 통과할지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자동화 정확도 수치도 회사가 스스로 밝힌 값입니다. "신고 80% 자동화", "자동분류 96%" 같은 표현은 검증된 감사 지표가 아니라 마케팅 언어에 가깝습니다. AI가 기장료를 몇 퍼센트나 끌어내렸는지에 대한 인과 데이터도 아직 없습니다. 방향은 분명하지만, 속도는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삼쩜삼 같은 세무 플랫폼이 세무사를 대체하나요?
A. 대체가 아니라 재배치입니다. 플랫폼은 세금 신고·기장의 입력 단계를 자동화하지만, 판단·검증·리스크가 걸린 부분은 여전히 세무사·회계사의 몫입니다. 오히려 클로브 커넥트나 자비스 매각처럼 플랫폼이 세무대리인을 백엔드 고객으로 끌어안는 B2B2B 구조가 늘고 있습니다.
Q. 캐시노트·클로브는 왜 세무·회계 기능을 무료로 주나요?
A. 세무·회계 기능이 목적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SW는 사업자와 그 거래 데이터를 붙들어 두는 미끼이고, 실제 수익은 그 데이터 위에 얹는 대출·팩토링·신용평가 같은 금융에서 납니다. 캐시노트의 인터넷은행 도전, 클로브금융의 누적 대출 1,100억이 그 증거입니다.
Q. 세무대리 시장 2026의 핵심 변화는 무엇인가요?
A. 시장이 세 층으로 벌어지는 것입니다. 하단(영세 사업자 신고·기장)은 저가·플랫폼이 흡수하고, 상단은 세무법인 대형화·합병으로 이동하며, 중간이 가장 눌립니다. 매년 700명 넘는 세무사 순증과 월 3만 원대 초저가 기장이 하단 가격을 계속 압박합니다.
Q. 세무 자동화 SaaS를 도입하면 기장료가 정말 내려가나요?
A. 방향은 맞지만 정량 인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저가 기장과 자동화 도구의 존재는 분명하나, "AI가 기장료를 몇 퍼센트 낮췄다"는 검증된 서베이·리포트 수치는 현재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가격 하락 요인은 자동화만이 아니라 세무사 공급과잉이 함께 작용합니다.
Q. 회계사·재무담당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입력이 공짜가 된다는 전제 위에 자기 자리를 다시 잡는 일입니다. 첫째, 부가가치를 분류·입력이 아니라 검증·판단·리스크로 옮기세요. 둘째, 플랫폼을 백엔드·채널로 활용하세요. 셋째, 무료 SW에 넘기는 고객 데이터의 소유와 정합성을 챙기세요. 이 세 가지가 향후 몇 년의 갈림길입니다.
물어야 할 건 "AI가 내 일을 가져가는가"가 아닙니다. 입력이 공짜가 된 자리에서, 내가 파는 판단이 무엇으로 남는가입니다.